신작 박스오피스 리뷰
🎬 지금 뜨는 신작
불러오는 중...

✍️ 블로그이름 리뷰
불러오는 중...
🎬 신작 & 개봉예정
불러오는 중...
✍️ 리뷰 전체
불러오는 중...
📺 OTT 신작
불러오는 중...
🎥 박스오피스 TOP 12
불러오는 중...
📍 내 주변 영화관 찾기

싱 스트리트 (존 카니 감독, 첫사랑, 80년대 밴드)


좋아하는 감독의 신작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설렘, 다들 아실 겁니다. 존 카니 감독의 음악 3부작 마지막 작품 <싱 스트리트>는 저에게 그런 영화였습니다. <원스>와 <비긴 어게인>을 보며 음악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던 저는, 이번엔 19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첫사랑과 밴드 결성기를 그린 이 작품 앞에서 또 한 번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존 카니 감독이 완성한 음악 3부작의 피날레

존 카니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원스> 덕분이었습니다. 더블린 거리에서 버스킹(busking)을 하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그 저예산 영화가 어쩌면 그렇게 오래 마음에 남던지, 이후 <비긴 어게인>까지 챙겨보고 나서는 이 감독의 이름을 마음속 '믿고 보는 목록'에 올려두었습니다. 버스킹이란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행인을 상대로 펼치는 거리 공연을 뜻합니다. 화려한 무대가 아닌 날것의 감성으로 음악을 전달하는 방식인데, 존 카니 감독의 영화들이 꼭 그런 느낌입니다. 번듯하게 포장되지 않았지만, 듣는 이의 가슴에 바로 꽂히는.

<싱 스트리트>는 2016년 개봉 당시 제32회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 프리미어 후보에 오르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습니다. 선댄스 영화제란 미국 유타주에서 매년 열리는 독립영화 축제로, 상업성보다 작품성을 우선시하는 감독들에게 가장 권위 있는 登龍門(등용문)으로 꼽힙니다. 그 외에도 제10회 달라스 국제영화제 프리미어 시리즈, 제36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내러티브 부문에도 이름을 올리며, 개봉 전부터 존 카니 감독의 연속 성공을 예감케 했습니다.

당시 해외 주요 매체들의 반응도 압도적이었습니다. 가디언(The Guardian)은 "음악은 모험을 향해 뛰어드는 점프 같고, 성대한 엔딩은 환호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평했고, 버라이어티(Variety)는 "연속 세 번의 놀라움을 안겨준 감독의 또 다른 성공작"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런 평들을 미리 접했을 때 솔직히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 기대를 훌쩍 넘어서더군요.

첫사랑 앞에서 무작정 밴드를 만든 소년의 이야기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주인공 코너(페르디아 월시-필로 분)가 전학 간 학교에서 라피나(루시 보인턴 분)를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코너는 "나 밴드 해"라는 거짓말을 치고, 그 거짓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어설픈 멤버들을 끌어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결성하죠. 주말 저녁 가족들과 함께 이 장면을 다시 볼 때, 저도 모르게 "저 나이에 저런 패기라니" 하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컴퓨터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정해진 규칙대로 코딩을 가르치는 제 일상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였거든요.

이 영화가 단순한 하이틴(high-teen) 로맨스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시대적 배경에 있습니다. 하이틴이란 10대 후반을 주인공으로 삼은 청소년 장르를 일컫는 말입니다. 1980년대 아일랜드는 극심한 경제 불황과 높은 실업률로 청년들이 영국으로 대거 이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코너의 가족도 부모의 별거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흔들리고 있고, 그 무게를 함께 지는 형 브렌단(잭 레이너 분)은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동생의 든든한 멘토가 되어줍니다. 형이 코너에게 건넨 한마디,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 가"라는 말이 제 경험상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여운이 남는 대사였습니다.

음악적으로도 이 작품은 꼼꼼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밴드가 영향을 받는 뮤지션들이 장면마다 바뀌는 구조인데, 그것이 곧 코너의 자아 탐구 과정과 겹쳐 보입니다. 영화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음악 장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뉴웨이브(New Wave): 1970년대 후반 펑크록에서 파생된 장르로, 신시사이저와 팝적인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듀란 듀란(Duran Duran), 아-하(A-ha)가 대표적이며, 코너 밴드의 초기 사운드에 큰 영향을 줍니다.
  2. 포스트 펑크(Post-Punk): 펑크록의 반항 정신을 유지하면서 실험적인 음악 구조를 가미한 장르입니다. 더 클래쉬(The Clash), 더 큐어(The Cure) 등이 이 계보에 속하며, 밴드의 사운드가 성숙해지는 중반부에 영향을 미칩니다.
  3.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감독과 작곡가 게리 클락(Gary Clark)이 공동 제작한 창작곡들로, 'Drive It Like You Stole It', 'Up' 같은 곡들이 포함됩니다. 영화 내내 밴드의 성장과 함께 곡의 완성도도 높아지는 구조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마다 그 장르에 맞는 메이크업과 패션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보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웃음 코드가 아니라,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탁월한 연출입니다.

그 시절 우리 모두가 가졌던 '슬픈 행복'의 감정

영화 속에서 라피나가 건네는 "슬픈 행복(Sad Happy)"이라는 표현은 이 작품 전체를 꿰뚫는 키워드입니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행복을 끌어내는 정서, 이것이 존 카니 감독이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일관되게 말해온 음악의 본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스>의 거리 연주자도, <비긴 어게인>의 낙오된 음악가도, 결국은 그 슬픔을 노래로 만들었을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으니까요.

제가 이 영화를 가족들과 다시 봤을 때 특히 마음에 걸렸던 건, 옆에서 보던 아이의 표정이었습니다. 코너가 처음 기타를 잡고 어설프게 코드를 짚는 장면에서 눈을 반짝이더니,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박자를 맞추고 있었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도 언젠가 실패가 두려워 주저하는 순간이 오면 이 영화를 다시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적 경험이 삶의 응원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이 다시 한번 증명해 주었습니다.

영화의 시네마토그래피(cinematography), 즉 카메라 앵글과 조명, 색감의 구성 방식도 주목할 만합니다. 시네마토그래피란 영화의 시각적 언어를 설계하는 작업 전반을 가리킵니다. <싱 스트리트>는 1980년대의 색감을 의도적으로 바랜 듯 처리하여 과거의 아련함을 더하면서도, 음악이 터지는 순간만큼은 색채가 살아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거친 바다를 향해 작은 배를 타고 나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모든 정서가 하나로 응축된 순간이었고, 저는 그 장면에서 가슴이 뜨거워져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OST를 틀어두고 한참을 그 여운 속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97%의 신선도를 기록한 것도 결코 과한 평가가 아니라는 걸, 제가 직접 확인한 셈이었습니다.

아직 <싱 스트리트>를 보지 않으셨다면, 오늘 저녁이 딱 좋은 타이밍입니다. 보기 전에 OST를 한 번 미리 들어두는 것도 좋지만, 영화를 먼저 보고 난 뒤 음악을 다시 찾아 듣는 그 경험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특별했습니다. 서툴렀던 시절의 자신, 혹은 옆에서 성장하고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보신다면, 이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배가 될 것입니다. 존 카니 감독의 음악 3부작을 순서대로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