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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 (미장센, 사회적 은유, 결말)


주말 저녁, 10살 아이와 나란히 앉아 오래된 영화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1990년작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이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인데,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교실 귀퉁이에서 겉도는 아이를 마주칠 때면 이상하게 이 영화가 먼저 떠오릅니다. 에드워드 시저핸드라는 존재가 그냥 허구의 캐릭터가 아니라, 어딘가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외로운 누군가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미장센, 색깔로 말하는 영화

미장센(mise-en-scène)이란 프랑스어에서 온 영화 용어로, 카메라 앞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 요소, 즉 조명, 색채, 세트, 배우의 위치까지를 포괄하는 연출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장면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선택 전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팀 버튼은 이 영화에서 그 선택을 거의 완벽하게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의 집들은 파스텔 핑크, 민트 그린, 레몬 옐로로 칠해져 있고, 거주자들의 옷과 액세서리도 그에 맞춰 꼼꼼하게 코디되어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느낀 건 달랐습니다. 그 지나치게 정돈된 색감이 오히려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는 게 아니라, 누군가 규격에 맞춰 심어놓은 조형물처럼 보인 겁니다.

그 조화로운 마을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에드워드의 고성은 흑백에 가까운 색조에 날카로운 조형물들로 가득합니다. 두 공간의 시각적 충돌이 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름'은 처음부터 이 마을과 공존하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대니 엘프먼(Danny Elfman)의 오케스트라 스코어, 그러니까 영화의 배경 음악 전체를 작곡한 결과물도 이 시각적 설정과 완벽하게 맞물립니다. 몽환적이고 처연한 선율이 흐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됩니다. 음악만 들어도 에드워드가 느끼는 고립감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0년도 더 된 음악인데 지금 들어도 전혀 낡지 않았거든요.

영화음악 분야에서 엘프먼은 팀 버튼 영화의 사운드 정체성을 만들어 온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가위손>의 테마는 그 중에서도 특히 오랫동안 회자되는 곡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마을 위로 눈이 내리는 시퀀스에서 흐르는 테마곡을 처음 들은 건 아마 중학생 때였는데, 지금 다시 들어도 같은 자리가 먹먹해집니다.

사회적 은유, 가위손이 말하는 것

에드워드의 가위손은 단순한 설정이 아닙니다. 사회적 은유(social metaphor)란 현실의 어떤 현상이나 구조를 이야기 속 다른 대상으로 치환해 표현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위손은 '세상과 소통하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존재'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에드워드는 마을에 처음 나타났을 때 호기심과 환대를 받습니다. 그의 가위손으로 정원을 다듬고, 개들을 미용하고, 여자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줍니다. 심지어 텔레비전에도 출연하며 일종의 스타가 됩니다. 저는 이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재능이 있고 신기하면 일단 환영받지만, 그 재능이 불편함을 유발하는 순간 태도가 달라지는 군중의 이중성, 실제 교실에서도 종종 목격하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중성이 가장 날카롭게 드러나는 지점은 에드워드가 작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입니다. 어젯밤까지 환대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그를 괴물로 몰아세우는 장면은, 팀 버튼이 만들어낸 가장 무서운 공포입니다. 유령이나 몬스터가 아니라, 평범해 보이는 이웃들이 돌변하는 모습이 진짜 무서운 거라는 걸 이번에 다시 보며 새삼 느꼈습니다.

조니 뎁의 연기도 이 부분에서 빛납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거의 대사를 치지 않습니다. 절제된 연기(minimalist acting)란 과잉 표현 없이 내면의 감정을 최소한의 몸짓과 눈빛으로 전달하는 연기 방식인데, 조니 뎁은 이 영화에서 그 방식을 극한까지 밀어붙였습니다. 겁에 질린 듯하면서도 순수한 눈동자 하나로 에드워드의 감정 전부를 전달합니다. 아이와 함께 보다가 제가 먼저 목이 메었던 이유가 바로 그 눈빛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다수의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만듭니다.
  2. 친절과 환대가 조건부로 작동하는 군중의 심리를 구체적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3. 아이들도 에드워드의 감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어, 다양성 존중에 대한 대화를 열기 좋습니다.
  4. 폭력적 장면 없이도 사회 구조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실제로 아이와 영화를 보고 나서 "에드워드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마음이 너무 예쁜 것뿐이야"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이 영화가 제 역할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보다 더 정확하게 영화의 핵심을 짚은 말이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영화 교육 자료에서도 <가위손>은 청소년 감수성 교육에 활용 가능한 작품으로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습니다.

결말, 시간을 초월하는 사랑의 방식

이 영화의 결말 구조는 영화 서사학(film narratology)적으로도 꽤 정교합니다. 영화 서사학이란 영화가 이야기를 구성하고 전달하는 방식을 분석하는 학문 분야를 말합니다. <가위손>은 노인이 된 킴(위노나 라이더)이 손녀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frame narrative)을 취하고 있습니다. 액자식 구성이란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담기는 서술 형식으로, 동화나 민담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입니다.

에드워드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성으로 돌아가고, 킴은 마을 사람들에게 그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손녀가 왜 에드워드를 보러 가지 않느냐고 묻자, 킴은 젊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슬프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는 다르게 읽혔습니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에드워드에 대한 가장 깊은 배려였던 겁니다.

킴의 말처럼, 에드워드가 마을에 오기 전에는 눈이 내린 적이 없었는데 그가 성으로 돌아간 후부터 마을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전혀 늙지 않은 에드워드를 보여줍니다. 킴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에드워드는 그 자리에서 여전히 눈을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수명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사랑의 형태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1990년에 이런 결말을 만들었다는 게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영화를 보는 방식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영국영화협회(BFI)는 <가위손>을 영미권 판타지 영화사에서 가장 서정적인 결말을 가진 작품 중 하나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 평가가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결말 장면을 다시 봐도 같은 자리에서 울컥하는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30년이 넘은 영화를 아이와 함께 보고도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운 밤이었습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겉도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질문은 1990년에도, 지금도, 아마 한참 뒤에도 유효할 겁니다. 아직 <가위손>을 보지 않으셨다면, 가능하면 가까운 사람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혼자 보는 것과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것의 무게가 꽤 다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