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박스오피스 리뷰
🎬 지금 뜨는 신작
불러오는 중...

✍️ 블로그이름 리뷰
불러오는 중...
🎬 신작 & 개봉예정
불러오는 중...
✍️ 리뷰 전체
불러오는 중...
📺 OTT 신작
불러오는 중...
🎥 박스오피스 TOP 12
불러오는 중...
📍 내 주변 영화관 찾기

표적 리뷰 (원작 비교, 류승룡 액션, 리메이크)


원작보다 리메이크가 더 낫다는 말, 믿어지십니까?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한국판으로 옮긴 2014년작 <표적>을 보기 전까지는요. 창 감독이 연출하고 류승룡, 이진욱, 유준상이 출연한 이 작품, 단순한 킬링타임용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평가가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원작 비교: 리메이크가 과감하게 손댄 것들

프랑스 원작 <포인트 블랭크>는 속도감 하나만큼은 확실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제가 봤을 때는, 인물들의 사연이 너무 얕아서 쫓고 쫓기는 장면이 끝난 뒤에도 감정이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흥미롭게 보다가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휘발되는 느낌이랄까요.

<표적>은 그 지점을 꽤 의식적으로 건드린 것 같습니다. 각색(adaptation)이란 원작의 구조를 다른 문화권의 정서에 맞게 재설계하는 작업입니다. 단순히 배경을 한국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인물의 동기와 감정선 전체를 새로 짜야 하죠. 이 작품이 그 작업을 어느 정도 해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한국 영화 특유의 감정 과잉으로 흘렀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두 평가 모두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작과 달라진 부분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살인 사건의 배경과 동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원작보다 훨씬 입체적인 음모 구조를 갖췄습니다.
  2. 여훈(류승룡)과 태준(이진욱)이 처음부터 함께 도주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엮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됩니다.
  3. 악역의 성격이 훨씬 선명해졌습니다. 원작의 악역이 목적형 인물이라면, 이 영화의 송반장은 광기(狂氣) 쪽에 가깝습니다.
  4. 여훈의 동생 역할 비중이 커졌습니다. 진구가 틱 장애를 가진 캐릭터로 특별 출연하며, 이 설정이 여훈의 행동 동기 전체를 떠받칩니다.
  5. 클라이맥스 장소인 경찰서가 텅 비는 상황이 다소 작위적으로 처리됩니다. 이 부분은 저도 영화를 보면서 '이건 좀 무리수다' 싶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장르 각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서 국내 리메이크 영화의 흥행 분석 자료도 참고해 보실 만합니다. 원작 대비 관객 반응 차이가 상당히 흥미롭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류승룡 액션: 기대 안 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습니다

류승룡 하면 코미디와 악역이 먼저 떠오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그가 본격 액션을 소화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기대치가 낮았던 게 오히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효과가 됐습니다.

영화에서 류승룡이 선보이는 액션은 이른바 클로즈 쿼터 컴뱃(Close Quarter Combat), 즉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근접 격투를 말합니다. 넓은 공간에서 총격과 폭발로 채우는 할리우드식과는 결이 다릅니다. 병원 복도, 창고, 좁은 계단 같은 공간에서 지형지물을 이용해 여러 명을 제압하는 장면들인데, 화려하지 않고 묵직합니다. 몇 달간 훈련했다는 게 화면에서 실제로 느껴졌습니다.

반면 카체이싱(car chasing), 즉 자동차 추격 장면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바로 전 해에 <용의자>가 도심 추격 시퀀스의 기준점을 너무 높게 올려놓은 탓도 있습니다. 그 영화를 본 직후라 더욱 그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기대치를 한 작품이 지나치게 끌어올리면 다음 작품이 손해를 보는 구조, 이건 비단 이 영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진욱의 연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의사 캐릭터라는 설정 자체는 충분히 공감 가능하지만, 감정 표현이 조금 과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도 중반 이후 몇몇 장면에서 몰입이 살짝 흔들렸습니다. 반면 유준상은 다릅니다. 카리스마(charisma)란 단순히 강렬한 눈빛이나 목소리가 아니라, 인물이 장면을 장악하는 밀도를 뜻합니다. 유준상의 송반장은 그 밀도를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리메이크 영화가 진짜로 어려운 이유

리메이크(remake)란 기존 작품의 핵심 서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대와 문화에 맞게 재창조하는 방식입니다. 단순 번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원작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면서도, 원작과 달라야 존재 이유가 생기는 모순적인 작업이거든요.

<표적>은 그 딜레마를 꽤 솔직하게 드러내는 영화입니다. 잘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함께 보입니다. 전반부의 논스톱 전개는 관객을 빠르게 끌어당기고, 중반 이후 각 인물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에 감정적 무게가 생깁니다. 그러나 그 사연들이 때로는 논리적 비약(飛躍)을 만들기도 합니다. 논리적 비약이란 앞뒤 상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건너뛰는 것처럼 보이는 서사의 허점을 뜻합니다.

이 영화가 칸영화제에 출품됐다는 사실을 알고 봤을 때 저는 처음에 좀 의외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칸이 주목하는 건 완성도만이 아니라 그 나라 영화 산업의 장르적 역량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갑니다. 실제로 당시 국내 작품들이 국제 영화제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던 시기였고, <표적>은 장르 완성도 면에서 꽤 경쟁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칸영화제 공식 사이트에서 해당 연도 초청작 목록을 보면, 한국 장르 영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를 볼 때 원작을 먼저 보고 비교하며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독립된 작품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두 방식 모두 경험해 봤는데, 이 영화만큼은 원작을 모르고 봤을 때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교 기준이 없는 편이, 이 영화가 만든 속도감 자체에 집중하기 훨씬 좋습니다.

<표적>은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허술한 부분도 있고, 감정이 과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류승룡의 액션이 주는 의외의 밀도, 유준상이 구축한 차갑고 단단한 악역의 무게, 그리고 가족을 지키려는 인물들의 단순한 동기가 만드는 힘은 분명히 있습니다. 원작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그 한계 안에서 꽤 잘 싸운 작품입니다. 아직 보지 않은 분이라면 원작을 보기 전에 이 영화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