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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마담 (관람 동기, 액션 연기, 반전 캐릭터)


평범한 꽈배기 가게 사장님이 비행기를 구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게 의외로 말이 됩니다. 엄정화씨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6천 원 할인권까지 손에 쥐었던 터라, 고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현실의 무거운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비행기 한 칸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흠뻑 빠져들고 싶었습니다.

관람 동기: 웃을 이유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코미디 영화를 예매하면서 이렇게 설레기는 처음이었으니까요. 평소라면 묵직한 드라마나 스릴러를 먼저 집어들 텐데, 그날만큼은 달랐습니다. 그냥 한바탕 웃고 싶었습니다.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극장에 갔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이상을 얻고 왔습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액션 코미디(Action Comedy)입니다. 액션 코미디란 빠른 속도감의 신체 액션과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코드를 한 화면 안에 결합한 장르를 뜻합니다. 한국 영화에서는 이 조합이 꽤 까다롭게 느껴지는데, 자칫 하나를 살리면 다른 하나가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020년 개봉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 전체가 침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케이 마담>이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균형을 어느 정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하와이 여행권에 당첨된 평범한 부부가 비행기 납치 테러에 휘말린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웃음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납치극(Hijacking Thriller)이란 비행 중인 항공기를 범인이 강제로 장악하는 상황을 소재로 한 장르를 말하는데, 이 영화는 그 긴장감을 코미디의 도구로 역이용합니다. 제가 극장에서 제일 많이 웃었다는 게 스스로도 좀 놀라웠을 정도였습니다. 주변 관객들보다 저의 웃음이 한 박자 빨랐거든요.

액션 연기: 엄정화가 꺼낸 카드는 예상보다 컸습니다

제가 무엇보다 놀란 건 엄정화씨의 액션 연기였습니다. 솔직히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가수 출신 배우가 액션을 소화한다는 게 어딘가 조심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힘 있고 시원시원했습니다. 꽈배기 사장님이라는 외피 아래 숨겨진 전직 국정원 요원의 본능이 튀어나오는 장면은, 기대 이상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이 반전 구조를 영화 용어로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라고 부릅니다. 캐릭터 아크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인물이 심리적으로나 행동적으로 변화하거나 본래의 본질을 드러내는 과정을 뜻합니다. 미영이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사람이지만, 관객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게 잘 작동할 때는 스크린 앞에서 나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됩니다.

박성웅씨가 연기한 남편 석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 수리 전문가라는 설정이 비행기 납치 상황에서 해킹이라는 형태로 활용되는 장면은, 뭐든 배워두면 다 써먹을 때가 있다는 아주 현실적인 교훈을 줍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숨겨진 재능 활용' 코드가 들어간 영화는 보는 내내 묘한 통쾌함을 남깁니다. 아내의 과거를 알면서도 모른 척 곁을 지킨 남편이라는 설정은 코미디의 껍데기 안에 꽤 진한 감정선을 담고 있었습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장센이란 프랑스어에서 온 용어로, 카메라 프레임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우의 위치, 조명, 세트, 소품 등을 의미합니다. 비행기 내부라는 좁고 폐쇄된 공간을 이 영화가 얼마나 영리하게 활용했는지는 직접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좁은 통로를 뛰어다니고 기내식 카트를 무기처럼 쓰는 장면들은, 제한된 공간이 오히려 더 강한 압박감과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 낸다는 걸 보여줍니다.

영화가 전반부에서 세웠던 캐릭터의 강도가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처음의 날카로운 맛이 끝까지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습니다.

반전 캐릭터: 웃음의 절반은 조연들이 만들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예상치 못하게 가장 눈길이 간 인물은 배정남씨였습니다. 코미디 코드와 이렇게 잘 맞는 배우인 줄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사투리까지 더해지니 그냥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배역 소화력 측면에서는 이 영화에서 배정남씨가 숨은 공신이었다고 봅니다.

카메오(Cameo)로 출연한 김남길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카메오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이나 조연이 아닌, 잠깐 등장하는 특별 출연을 뜻합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웃긴 경우는 드문데, 그게 됐습니다. 그게 배우의 존재감이 만드는 힘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제가 극장에서 가장 크게 웃었던 장면은 사실 거창한 액션이 아니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미영이 반사적으로 꽈배기 꼬는 손동작을 해버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그게 직업병(Occupational Habit)이라는 걸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직업병이란 오랜 시간 반복된 행동이 무의식 중에 튀어나오는 현상을 뜻하는데, 이 한 장면이 캐릭터를 가장 인간적으로 만들어줬습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출처: 영화진흥위원회)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극장 관객 수는 전년 대비 약 74% 감소했습니다. 그 어려운 시기에 <오케이 마담> 같은 가벼운 오락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극장에서 직접 느꼈습니다. 옆자리 모르는 분과 같이 웃는 그 순간만큼은 코로나 걱정을 잠깐 잊을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남은 생각을 정리하면 세 가지였습니다.

  1.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꽈배기 사장님이 비행기를 구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2. 배워두면 반드시 써먹을 때가 옵니다. 컴퓨터 수리 기술이 비행기 납치 해결에 쓰일 줄 석환씨도 몰랐을 겁니다.
  3. 흩어지면 약해지고 뭉치면 강해집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결국 그 한 문장으로 수렴합니다.

한국 영화데이터베이스 KMDb에서도 이 작품의 기본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

결국 이 영화는 무언가 대단한 메시지를 찾아 들어가면 조금 헛헛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좁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꽤 따뜻한 기분이 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가장 좋은 관람 태도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자리에 앉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화 언니, 멋졌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