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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줄거리, 관람후기, 추천이유)


주말 저녁, 뭘 틀어야 할지 몰라서 OTT 메인 화면을 멍하니 스크롤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보고 끄는 경험,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저도 그랬습니다. 그러다 모아나 실사 영화가 개봉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다시 눌렀는데, 첫 장면부터 결말까지 멈추질 못했습니다. 2016년 작품인데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줄거리, 이렇게 정리하면 한 번에 들어옵니다

모아나는 폴리네시아의 섬 모투누이를 다스리는 추장의 딸입니다. 어릴 적부터 바다와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바다가 건네준 녹색 보석이 생명의 여신 테 피티(Te Fiti)의 심장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반신 마우이(Maui)가 이 심장을 훔치면서 세상에 어둠이 퍼지기 시작했고, 섬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코코넛이 썩고 물고기가 씨가 마르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할머니 탈라는 모아나에게 진실을 알려줍니다. 심장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섬이 다시 살아난다는 예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상들의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선 모아나는 섬 밖 어딘가에 유배된 마우이를 찾아내 함께 항해를 시작합니다. 코코넛 해적 카카모라와의 추격전, 보물을 탐하는 거대한 게 타마토아와의 대결 같은 시련이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모아나는 중요한 진실을 하나 깨닫습니다. 마지막에 막아서는 용암 괴물 테 카(Te Kā)가 사실 심장을 잃어버린 테 피티 본인이라는 것입니다. 분노하고 무너진 존재에게 다가가 심장을 돌려줌으로써 세상을 되살린다는 결말은, 처음 볼 때도 그렇고 다시 봐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는 이 구성이 모아나가 여전히 명작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관람후기, 다시 보고 나서 느낀 것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디즈니 공주 영화 중 하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틀고 나서 달리 보이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수면 표현(water rendering)이었습니다. 수면 표현이란 컴퓨터 그래픽으로 물의 질감, 굴절, 반사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구현했는지를 뜻하는 기술적 지표인데, 모아나의 바다는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입니다. 2016년 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음악 쪽도 다시 보면서 제대로 들었습니다.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인물입니다. 그가 만든 'How Far I'll Go'는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서사적 기능을 합니다. 이런 방식을 통 스루 컴포지션(through-composed)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노래 한 곡이 대사 역할까지 겸한다는 뜻입니다. 그 장면에서 제가 직접 소름이 돋았습니다. 두 번째로 봤는데도 그랬습니다.

영화의 제작 배경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디즈니는 모아나를 만들기 전에 오세아니아 자문단(Oceanic Story Trust)을 구성해 폴리네시아 문화권의 학자, 예술가, 항해사들에게 자문을 받았습니다. 오세아니아 자문단이란 문화적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 해당 지역 전문가들로 구성한 협력 조직입니다. 덕분에 의상의 문양, 전통 항법 기술, 음악 리듬까지 현지 정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디즈니 공식 사이트의 오세아니아 자문단 소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우이와 모아나가 티격태격하는 장면들도 다시 보니 더 좋았습니다. 마우이는 처음엔 전형적인 허풍쟁이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간의 찬사를 갈망해서 신의 심장까지 훔친 상처받은 존재입니다. 그 내면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영화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처음 볼 때와 다시 볼 때 다른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보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가져가는 게 달라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이유, 지금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아나 실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건 지금 원작을 다시 볼 좋은 핑계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사화(live-action remake)란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제 배우와 실제 촬영 기술로 재제작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디즈니는 최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 클래식 작품들의 실사화를 잇따라 진행해 왔고, 모아나도 그 흐름에 올라와 있습니다. 원작을 먼저 보고 가면 실사판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생깁니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로맨스 없는 성장 서사: 왕자도, 사랑 이야기도 없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로만 달립니다. 아이와 함께 볼 때 이게 오히려 훨씬 강하게 남습니다.
  2. 문화적 진정성: 오세아니아 자문단의 협력 덕분에 폴리네시아 문화를 피상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깊이 있게 담아냈습니다. 배경 지식 없이 봐도 낯설지 않습니다.
  3. 재관람 가치: 처음 볼 때와 다시 볼 때 해석이 달라집니다. 테 카의 정체를 알고 보면 초반부 장면들이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4. OST 완성도: 'How Far I'll Go' 외에도 마우이의 'You're Welcome', 할머니 탈라의 'Shiny'까지 영화 내내 귀가 즐겁습니다.

웨이파인더(Wayfinder)라는 말이 영화에서 자주 나옵니다. 웨이파인더란 별의 위치와 파도의 패턴을 읽어서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도 방향을 찾아내는 전통 폴리네시아 항법사를 가리킵니다. 모아나가 결국 웨이파인더가 된다는 결말은, 단순히 섬을 구했다는 의미를 넘어서 자기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사람이 됐다는 선언입니다. 저는 이 설정이 지금 시대의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메시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전통 항법 기술인 폴리네시아 항해술에 대한 배경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폴리네시아 항해술 소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이미 가입된 OTT가 있다면 추가 비용 없이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평점 9.22, 로튼토마토 95%라는 수치는 개봉 후 시간이 꽤 흘렀어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수치가 증명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저는 수치보다는 끝나고 나서 뭔가 가슴에 남는 영화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실사 영화가 나오기 전에 원작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감정을 충전해 두시길 권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봐도 낡지 않는 영화라는 게 이 정도면 충분히 증명됐다고 생각합니다. 주말 저녁, 고민할 시간에 그냥 눌러보시면 됩니다. 아마 끄지 못하실 겁니다.

--- 참고: https://blog.naver.com/senian228/224083738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