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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등장인물, 렌고쿠, 흥행)


애니메이션 극장판이 이 정도로 사람을 울릴 수 있다는 걸, 저는 솔직히 몰랐습니다. 일본에서 1,7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사적인 흥행 기록을 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국내 개봉을 확정 지었을 때, 처음에는 그냥 인기 있는 소년 만화 극장판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는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소년 만화 극장판이라고 얕봤다가 크게 당한 이야기

귀살대(鬼殺隊)란 오니, 즉 인간의 피를 먹고 사는 혈귀들을 퇴치하기 위해 조직된 비밀 검사 집단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이 작품 세계관의 핵심 히어로 조직인데,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각 대원의 비극적인 사연과 신념이 두껍게 쌓여 있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이입이 돼 버립니다. 원작 만화책이 누계 1억 부 이상 판매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는 오니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동생 카마도 네즈코마저 오니로 변해 버린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물의 호흡을 익혀 싸우다가 점차 해의 호흡(日の呼吸)이라는 더 근원적인 검술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이 시리즈의 척추입니다. 해의 호흡이란 모든 호흡술의 원형이 되는 시조 검법을 의미하는데, 탄지로의 이마에 새겨진 불꽃 무늬 반점이 그 계승자임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작용합니다.

동기들도 저마다 개성이 뚜렷합니다. 아가츠마 젠이츠는 평소에는 겁에 질려 도망 다니기 바쁘지만, 잠에 들면 번개의 호흡(雷の呼吸) 1형 벽력일섬(霹靂一閃)만으로 상위 오니를 썰어버립니다. 번개의 호흡이란 뇌격처럼 빠른 발도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검술 체계를 말하는데, 오직 한 가지 기술만을 극한까지 단련한다는 설정이 오히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하시비라 이노스케는 멧돼지 가면을 쓰고 다니는 전투광으로, 자연 속에서 홀로 성장한 덕에 짐승의 호흡(獣の呼吸)이라는 자신만의 검술을 독자적으로 완성했습니다. 가면 벗으면 놀랍도록 예쁜 얼굴이 나온다는 것도 이 작품의 소소한 반전 중 하나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문제 해결 사고를 가르치면서 이 캐릭터들을 자주 예시로 들곤 했습니다. 젠이츠가 딱 하나의 기술을 완성하는 방식이, 한 가지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면 응용이 뻗어나간다는 것과 구조가 같거든요.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이 캐릭터들을 유독 좋아했습니다.

렌고쿠가 극장판의 심장인 이유

무한열차편의 메인 캐릭터는 염주(炎柱) 렌고쿠 쿄쥬로입니다. 염주란 귀살대 최정예 9인 검사 집단인 주(柱) 중에서도 불꽃의 호흡(炎の呼吸)을 사용하는 자리를 뜻합니다. 불꽃의 호흡이란 강렬한 연소 이미지를 검격에 담아내는 고위 검술로, 렌고쿠 가문이 대대로 계승해온 유서 깊은 기술 체계입니다.

주(柱)라는 시스템은 블리치의 호정 13번대 대장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수주(水柱) 토미오카 기유, 충주(蟲柱) 코죠우 시노부, 음주(音柱) 우즈이 텐겐, 하주(霞柱) 토키토 무이치로, 연주(恋柱) 칸로지 미츠리, 암주(岩柱) 히메지마 교에이, 풍주(風柱) 시나즈가와 사네미, 사주(蛇柱) 이구로 오바나이, 그리고 염주 렌고쿠 쿄쥬로까지 총 9명입니다. 이들의 수장은 귀살대 대주 우부야시키 카가야인데, 지병으로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지만 9명의 주가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정신적 지도자입니다.

극장판에서 렌고쿠가 맞서는 적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하현의 1 엔무로, 열차 승객 전체를 꿈속에 가두고 영혼의 핵심부를 파괴하려는 기만형 오니입니다. 두 번째가 이 영화의 진짜 심장인데, 엔무를 물리친 직후 갑작스럽게 난입하는 십이귀월(十二鬼月) 상현의 3 아카자입니다. 십이귀월이란 오니들의 수장 키부츠지 무잔 직속으로 움직이는 12명의 최강 혈귀 집단을 말하는데, 상현 여섯 자리는 주 다수가 달라붙어야 겨우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전력입니다.

렌고쿠가 아카자와 맞붙는 클라이맥스 시퀀스는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장면입니다. "나는 내 책무를 다할 것이다. 여기에 있는 이들은 그 누구도 죽게 하지 않는다"는 대사가 나오는 순간, 거실 조명을 낮추고 사운드 시스템을 최대로 켜둔 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느꼈습니다. 불꽃의 호흡 제9형 연옥(煉獄)이 작렬하는 장면은 ufotable 특유의 3D와 2D 작화를 결합한 방식으로 완성된 것인데, 연옥이란 극한까지 압축된 불꽃 에너지를 단일 타격에 담아 방출하는 기술로, 렌고쿠 가문이 완성한 불꽃의 호흡의 최종 형태입니다. 그것이 새벽빛 속에서 터져 나오는 장면은 솔직히 말해 숨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ufotable은 이 장면을 위해 어떤 기술적 접근을 취했는지, 아래에 주요 포인트로 정리해봤습니다.

  1. 열차 내부의 조밀한 공간과 외부 숲 배경을 단절 없이 연결하는 3D 카메라 무브먼트로 공간감을 극대화했습니다.
  2. 아카자의 파괴살(破壊殺)과 렌고쿠의 불꽃 이펙트가 충돌하는 타이밍마다 컷을 단속적으로 끊어 속도감을 증폭시켰습니다.
  3. 음악 감독 카지우라 유키와 시이나 고가 조율한 스코어가 코러스와 록 사운드를 교차시키며 감정의 진폭을 정밀하게 제어했습니다.
  4. 렌고쿠가 어머니의 영혼을 마주하며 눈을 감는 피날레는 전투 이펙트를 완전히 걷어내고 정적인 색감으로 전환해 감정의 낙차를 극대화했습니다.

이런 연출 문법은 기존 소년 만화 극장판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방식입니다. ufotable이 이 작품으로 세계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본 흥행 역사상 최단 기간 100억 엔 돌파 기록을 세웠으며, 관련 내용은 출처: Anime News Network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지금도 첫손에 꼽히는 진짜 이유

오니들의 빌런 구조를 잠깐 짚고 가겠습니다. 키부츠지 무잔은 인간을 오니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탄지로 가족을 몰살한 장본인입니다. 천 살이 넘었으며, 어린아이부터 성인 여성까지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는데, 외형이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점이 그 섬뜩함을 배가시킵니다. 네즈코가 낮에도 활동 가능한 특이 체질이라는 사실을 무잔이 포착하고 집요하게 추적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무한열차편에서 아카자가 렌고쿠에게 "혈귀가 되어라, 그 힘을 영원히 유지해라"라고 유혹하는 장면은 이 작품 전체의 주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렌고쿠의 답이 "늙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이라는 유약한 생물의 아름다움이다"라는 것, 그리고 그 말을 실제로 몸으로 증명하며 산화하는 것, 이 대비가 아카자라는 캐릭터를 단순한 빌런이 아닌 거울로 기능하게 만듭니다. 영원한 강함을 추구하는 자와, 유한한 삶을 의지로 불태우는 자의 충돌입니다.

동기 그룹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시나즈가와 겐야는 호흡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 오니의 살점을 직접 섭취해 일시적으로 그 능력을 흡수하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싸웁니다. 검사 집단에서 검을 주력으로 쓰지 않는 유일한 캐릭터로, 총기를 주무기로 삼는다는 점도 이색적입니다. 츠유리 카나오는 동기 중 전투력이 가장 앞서 있는 인물로, 피안주안(彼岸朱眼)이라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강력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