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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만지 후기, 12살 이불 속 꼬맹이가 36살에 극장 간 이야기

 


12살, 친구 집 거실 바닥에 엎드려 컵라면 옆에 두고 이불 턱 밑까지 끌어올리고 벌벌 떨며 봤던 쥬만지! 1995년 겨울, 나는 친구 집 거실 바닥에 엎드려 비디오테이프가 닳도록 쥬만지 1을 보며 어두운 마루 밑에서 당장이라도 거대한 사자나 원숭이가 튀어나올까 봐 가슴을 졸였었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이 흘러 어느덧 어른이 된 우리는 2017년 개봉한 쥬만지: 새로운 세계와 2019년 쥬만지: 넥스트 레벨 까지 나란히 앉아 함께 관람했죠. 오랜 공백기마저 한 번에 녹여버린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작을 넘어 우리 둘의 끈끈한 세월을 이어준 선물 같은 작품이었답니다!

쥬만지 1편, 12살 이불 속에서 벌벌

 1995년 겨울, 비디오가게 신작 코너에서 꽂혀 있던 주황색 비디오테이프를 주말마다 빌려와 친구 집 비디오덱에 찰깍 집어넣던 그날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요. 영화 속에서 "쿵... 쿵..." 하고 섬뜩한 북소리가 집 안 가득 울려 퍼질 때마다, 금방이라도 마루 밑이나 거실 장롱 뒤에서 거대한 식인 식물이나 사자, 원숭이 떼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아 어린 마음에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죠. 불을 끄고 화면을 보다가 너무 무서우면 라면 국물 한 모금을 삼키고 이불을 턱 밑까지 바짝 당겨 올리며 서로의 팔통을 꼭 쥐었던 그 시절은 제 유년 시절의 가장 강렬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답니다.

그렇게 12살 꼬맹이 시절, 거실 바닥에 엎드려 무서움에 떨며 보드게임 주사위를 바라보던 두 소년은 어느덧 세월의 풍파를 함께 맞으며 어른이 되었는데요. 20대 중후반 각자 취업 준비와 바쁜 사회생활에 치여 3~4년 동안 연락조차 뜸해졌던 적도 있었지만, 2017년 2편이 개봉했을 때 "야, 쥬만지 나왔다!"라는 문자 한 통으로 거짓말처럼 어색함이 사르르 녹아내렸답니다. 그리고 마침내 12살에 1편 비디오를 처음 보고 무려 2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36살이 된 2019년에 3편을 극장 상영관에 나란히 앉아 그 친구와 함께 관람하게 되었죠!

24년이란 세월 동안 키도 크고 얼굴에는 핏기도 가셨으며 어깨에는 현실의 무게가 얹어졌지만, 스크린 속 쥬만지 북소리가 다시 퍼지는 순간만큼은 둘 다 다시 12살의 그 소년들로 돌아간 듯했답니다. 까까머리 어린 시절의 겁 많던 꼬맹이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여전히 서로의 곁을 지키며 같은 영화를 보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뭉클하고 아련해지는 순간이었어요!

3~4년 공백, 문자 한 통에 1초 답장

20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우리 두 사람 사이에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공백이 찾아왔었답니다. 각자 눈앞에 놓인 취업 준비라는 커다란 벽을 넘느라 하루하루 피를 말리듯 살아갔고, 어렵게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에는 낯선 사회생활과 엄혹한 현실에 적응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죠. 가끔 밤늦게 퇴근하는 길에 문득 그 친구 생각이 번쩍 나기도 했지만, '다들 제 살기 바쁜데 괜히 연락해서 번거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과 어색함에 선뜻 먼저 손을 내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어느덧 3~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 안부조차 묻지 못하고 완전히 연락이 끊긴 채 지내게 되었답니다.

그러던 2017년의 어느 날, 인터넷 기사를 넘겨보다가 무려 22년 만에 <쥬만지 2: 새로운 세계>가 개봉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 12살 시절 친구 집 거실 바닥에 둘이 엎드려서 컵라면을 먹으며 이불을 뒤집어써야 했던 그 시절의 추억이 신기루처럼 번뜩 떠올랐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그 뜨거웠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가슴을 울리면서, '이 영화만큼은 무조건 그 친구랑 같이 봐야 한다'라는 강렬한 확신이 들었답니다.

오랜 공백 때문에 혹시나 상대방이 쌩뚱맞게 느끼지는 않을까, 어색하게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에 휴대폰을 들고 한참을 망설였어요. 고민 끝에 결국 "야, 쥬만지 2 나왔다는데 보러 갈래?"라는 짧은 문자 하나를 수줍게 툭 던져 보았죠. 그런데 그 문자를 보내자마자 1초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 화면이 밝아지면서 "미친, 쥬만지가 새로 나와? 당장 가자!"라는 폭풍 같은 답장이 날아왔답니다! 몇 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순식간에 옛날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그 1초의 답장에, 제 가슴속에 얹혀 있던 어색함과 미안함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말할 수 없는 반가움과 감동이 밀려왔답니다!

2편 극장, 콜라 미사일 사건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뭉쳐 찾아간 극장에서 관람한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미친 듯이 웃겼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색함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우리는 마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상영관이 떠나갈 듯 킥킥거리며 영화에 몰입했죠. 특히 작중 현실의 거친 운동선수 소년이 게임 속으로 들어와 여고생 캐릭터 아바타로 변신했던 잭 블랙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 중의 압권이었는데요. 잭 블랙이 카메라를 향해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뿜어내며 수줍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순진무구한 연기를 선보이는 순간, 참아왔던 웃음 폭탄이 터져버렸답니다!

하필이면 딱 그 결정적인 순간에 제 입안에는 시원하고 탄산이 톡 쏘는 콜라가 가득 머물러 있었던 게 화근이었답니다. 잭 블랙의 치명적인 표정을 보자마자 목구멍에서 쿨럭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데, 순간 본능적으로 '아, 여기서 그대로 뿜어버리면 바로 옆에 앉은 친구 얼굴에 직타로 맞고 난리가 난다!'라는 절박한 위기감이 뇌리를 스쳤죠. 옆에 앉은 친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두 손으로 입을 바짝 틀어막은 채 입안의 콜라를 어떻게든 삼키려고 처절하게 버텼답니다.

하지만 입을 막아버리니 갈 곳을 잃은 강렬한 탄산이 순간적으로 코로 역류해 뿜어져 올라오고 말았는데요! 코가 마비될 듯 찡하게 아파오면서 눈에서는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고, 콧물까지 찔끔 터져 나오는 바람에 한동안 휴지를 한 움큼 꺼내 들고 얼굴을 훔쳐내느라 혼이 났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숨을 고르는데, 제 처참하고 황당한 꼴을 옆에서 전부 지켜본 친구가 배를 잡고 끅끅거리더니 "야, 너 진짜 입 막고 콜라 미사일 쏘는 줄 알았다!"라며 짓궂게 놀려대더라고요. 코는 비록 얼얼하고 눈물은 흘렀지만, 살아오면서 가장 시원하고 배가 아플 정도로 행복하게 웃었던 잊지 못할 극장 해프닝이었답니다!

할아버지들의 우정과 세월이 깊게 스며든 3편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극장에 환한 조명이 켜졌을 때, 우리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답니다. 상영관을 걸어 나오며 밤공기를 맞닿은 순간, 어릴 적 거실 바닥에서부터 서른여섯 극장 의자까지 함께 지켜온 친구의 어깨를 괜히 툭 치며 말을 건넸죠. "야, 우리 나중에 늙어서 할아버지 돼도 꼭 이렇게 같이 영화 보러 오자!" 하고요. 그러자 친구가 픽 웃으며 제 얼굴을 보더니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난 전립선 멀쩡한 캐릭터로 할라니까!" 하고 대답하더라고요. 그 철없는 대사에 함께 빵 터져 웃으면서도, 지나온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늘 내 곁을 지켜준 친구가 고마워 괜히 코끝이 찡하고 가슴속이 따뜻해져 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