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친구들이랑 터미네이터 3 봤는데, 아놀드 나올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2003년, 그러니까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이랑 극장에서 본 영화였다. 1, 2편을 어릴 때부터 워낙 좋아했던 세대라 3편 나온다는 소식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극장에 갔다. 아놀드가 다시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움이 앞섰고, 여자 터미네이터라는 새로운 설정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후반부 대규모 액션에서는 극장 안이 술렁일 정도였고, 친구들이랑 자세 고쳐 앉으면서 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다만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다들 입 모아 한 말은 "역시 2편만큼은 아니지 않냐"였다. 액션은 확실히 화끈했지만, 2편에서 느꼈던 존 코너와 터미네이터 사이의 유대감, 그 짠한 감정선이 3편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그때 극장에서 느꼈던 반가움과 아쉬움을 같이 짚어보면서, 3편이 왜 시리즈 안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됐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터미네이터 3 후기, 친구들이랑 소리 지른 날
2003년,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랑 극장에서 터미네이터 3를 봤다. 아놀드가 다시 스크린에 나온다는 소식만으로도 다들 신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가 시작되고 아놀드가 등장할 때마다 극장 안에서 괜히 반가워서 친구들이랑 소리를 질렀다. 딱히 대단한 대사나 명장면이 아니어도 그냥 "아놀드다!" 하는 반가움 하나만으로도 그 순간이 즐거웠다.
특히 여자 터미네이터가 처음 정체를 드러내면서 힘을 과시하는 장면에서는 옆에 있던 친구들이 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와 저거 뭐야" 하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졌고, 그동안 봐왔던 터미네이터와는 다른 위협감에 다들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후반부 대규모 액션, 크레인이랑 차들이 부서지는 장면에서도 극장 안이 계속 술렁였다. 화면 속 스케일이 커질수록 우리도 같이 흥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영화 자체보다 더 또렷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영화가 끝난 뒤였다. 극장을 나오면서 다들 "역시 2편만큼은 아니지 않냐"는 얘기부터 시작했고, 그러면서 다 같이 근처 분식집으로 향했다. 떡볶이랑 튀김 시켜놓고 방금 본 영화 얘기를 한참 했다. 누구는 액션이 좋았다고 하고, 누구는 스토리가 뻔했다고 투덜대고, 그래도 아놀드 나온 것만으로 반가웠다는 얘기로 결론이 났다. 지금 돌이켜보면 영화 자체의 디테일보다 그날 친구들이랑 나눴던 대화, 분식집에서의 시간이 훨씬 선명하게 남아있다.
영화 리뷰라는 게 결국 스크린 안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걸 누구랑 어떤 분위기에서 봤는지도 같이 기억되는 거구나 싶었다. 터미네이터 3는 나에게 그런 영화였다. 완성도로 따지면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날의 반가움과 함께 나눈 시간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영화다.
3편이 2편 못 따라간 이유
터미네이터 3를 보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액션은 화끈한데 감정적으로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2편은 T-1000이라는 참신한 위협과 함께, 아놀드가 파괴자에서 보호자로 돌아선다는 반전이 있었다. 그 구도 자체가 신선했고, 거기에 존 코너와 터미네이터 사이에 쌓여가는 유대감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서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3편은 그 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느낌이 강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존 코너와 캐서린이 재회하는 초반부였다. 두 사람의 관계나 감정을 쌓아가기보다는, 상황 설명과 설정 전달에 급급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이 사람이 여기 있는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서둘러 설명하려다 보니 정작 감정적으로 몰입할 틈이 없었다. 2편에서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에게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점점 부자 관계처럼 변해가는 그 과정, 그리고 마지막에 터미네이터가 스스로 용광로로 내려가며 엄지를 들어 보이는 장면. 그 장면은 기계인데도 인간적인 감정이 느껴지게 만들었던,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짠한 순간이었다. 3편에는 그런 순간이 없었다.
액션의 스케일은 오히려 더 커졌고, 여자 터미네이터라는 새로운 캐릭터도 나름 신선했다. 하지만 그 화려함이 감정선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우진 못했다. 결국 보고 나서 남는 건 "재밌었다"는 감상이지, "짠했다" 혹은 "여운이 남는다"는 감정은 아니었다. 그 차이가 2편과 3편을 가르는 결정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2편이 명작으로 남은 이유는 액션 때문이 아니라, 그 액션 안에 담긴 관계와 감정 때문이었다. 3편은 그 핵심을 놓치고 액션 그 자체에만 집중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터미네이터=액션물, 이게 제일 큰 오해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얘기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는, 이걸 그냥 "로봇 나오는 액션 영화"로 뭉뚱그려서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편마다 성격이 꽤 다르다. 1편은 액션보다 스릴러, 심지어 공포영화에 가까운 톤이었다. 터미네이터가 대사 없이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인간이 힘으로 맞서 싸우기보다 도망치고 버텨야 하는 절박함이 영화 전체를 지배했다. 2편은 거기에 감정선을 얹었다. 파괴자였던 존재가 보호자로 바뀌고, 존 코너와 부자 관계 비슷한 유대감이 쌓여가면서 액션 영화를 넘어서는 울림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3편으로 넘어오면서, 그리고 이후 시리즈로 갈수록 이 감정적 깊이나 서사적 완성도보다 그냥 "터미네이터=로봇 액션물"이라는 이미지가 시리즈를 대표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3편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1, 2편이 가진 진짜 매력을 모른 채 "이게 원래 이런 시리즈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액션 신만 보고 시리즈 전체를 평가하면, 정작 이 시리즈를 명작으로 만든 핵심을 놓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3편이 완전히 볼 게 없는 영화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나는 "가볍게 보면 볼 만하다" 쪽이다. 명작 반열에는 절대 오르지 못하지만, 아놀드가 다시 스크린에 등장하는 반가움, 그리고 화끈한 액션 하나만으로도 극장 값은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1, 2편에서 느꼈던 감정적 깊이나 완성도를 기대하고 보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3편은 시리즈의 "완결판"이나 "명작"이라기보다는, "그래도 아놀드는 여전히 멋있다"는 걸 확인하는 정도의 영화로 보면 딱 적당하다. 그 정도 기대치로 보러 간다면, 친구들이랑 소리 지르면서 즐길 수 있는 화끈한 오락 영화로는 충분히 제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3편이 완전히 볼 게 없는 영화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나는 "가볍게 보면 볼 만하다" 쪽이다. 명작 반열에는 절대 오르지 못하지만, 아놀드가 다시 스크린에 등장하는 반가움, 그리고 화끈한 액션 하나만으로도 극장 값은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1, 2편에서 느꼈던 감정적 깊이나 완성도를 기대하고 보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3편은 시리즈의 "완결판"이나 "명작"이라기보다는, '그래도 아놀드는 여전히 멋있다'는 확인 정도로 보면 딱 적당한 영화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명작으로 기억하기보다는, 그날 친구들이랑 함께 웃고 소리 지르며 봤던 하나의 추억으로 남기기로 했다. 완성도를 따지기 시작하면 아쉬운 점이 계속 보이지만, 그냥 아놀드가 돌아온 걸 반가워하는 마음으로 보면 그걸로 충분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