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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스트어웨이가 내 창업 실패와 겹쳐 보인 이유

 


윌슨 바다에 떠내려갈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거든요. 그때는 그저 무인도에서 유일한 친구를 잃은 톰 행크스의 절규가 너무 슬퍼서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죠. 내가 왜 그 장면에서 그토록 서럽게 울었는지, 그 슬픔의 진짜 이유를 그땐 전혀 알지 못했다는 걸요.

캐스트어웨이, 윌슨이 떠내려갈 때 내 삶이 겹쳤다

처음 무인도에 떨어진 그를 볼 때만 해도 어떻게든 금방 탈출하겠지라며 다소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하지만 생존을 위해 손이 찢겨나가는 통증을 견디며 마침내 불을 피워내고 소리치던 불 피우는 장면부터는 숨도 제대로 못 쉬겠더라고요. 그의 절박함과 처절함이 화면을 뚫고 전달되면서 저 역시 침을 삼키며 몰입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마침내 거친 바다 한가운데서 윌슨이 바다에 떠내려갈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거든요. 톰 행크스가 거친 파도 속으로 몸을 던져 윌슨을 잡으려 애쓰다, 결국 줄을 놓치고 소리쳐 부르며 울부짖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팠어요. 그 울음 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깨달았어요. 제가 흘린 눈물은 단순히 영화 속 배구공과의 이별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요. 그 순간 제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에서 놓아버려야 했던 것들이 겹쳐 보였어요.

온 마음을 다해 붙잡고 싶었던 꿈이나 소중했던 관계들이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멀어져 갈 때의 그 무력감 말이에요. 나를 버티게 해 주던 유일한 존재를 놓아주어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그 역설적이고 처절한 상황이 제 지나온 삶의 한순간과 너무나 꼭 닮아 있었습니다. 윌슨을 보내며 오열하던 그의 절규는 결국 저 자신의 아픔을 대신 울어주는 소리였던 셈이죠.

가게 창업, 나를 갉아먹는 줄 몰랐다

내 손으로 만든 작은 공간에서 나만의 꿈을 펼쳐보겠다는 설렘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요. 오픈하고 나서부터는 하루에 겨우 3~4시간만 자면서 몸이 부서져라 쏟아부었어요. 내 전부를 바쳐서라도 이 꿈을 꼭 지켜내고 싶었거든요. 몸이 지치고 무너져 내려도 그저 열정이 넘쳐서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랬고, 언젠가는 노력이 결실을 맺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제 열정만으로 넘어설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점차 상황이 기울고 매달 돌아오는 임대료와 고정비의 압박이 목을 죄어올수록 제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 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영업을 마치고 새벽에 가게 불 끄고 혼자 앉아 있는데 숨이 안 쉬어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어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찾아온 공포와 절망감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우두커니 서 있는 거울을 비춰봤죠.

거울엔 꿈을 향해 눈을 반짝이던 모습은 없고 스스로를 갉아먹는 몰골만 서 있었어요. 매일 밤 불안에 떨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느라 엉망이 되어버린 낯선 사람 하나가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꿈을 담아낼 그릇인 제 자신마저 깨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다 나를 잃어버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참으로 처절하고 아픈 새벽이었어요.

가게 폐업, 나를 버티게 해주던 걸 내 손으로 놓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나를 버티게 해 주던 걸 포기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상황, 그 처절함이 가슴을 콕콕 찔렀어요. 이 일은 단순한 직업이나 돈벌이가 아니라, 내 20대와 30대의 청춘을 온통 바쳐 쌓아 올린 정체성이자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였거든요. 그렇기에 이걸 놓으면 내 삶의 절반이 사라지는 것 같은 공포였어요. 놓아버리는 순간 내 지나온 노력과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밤마다 잠도 이루지 못하고 홀로 괴로워했죠.

하지만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었어요. 결국 눈물 흘리면서 내 손으로 놓아주기로 결정했을 때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어요. 몇 년 동안 내 전부였던 곳의 열쇠를 반납하고, 마지막으로 가게 문 닫고 간판 내리던 날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어요. 텅 빈 매장 한복판에 멍하니 서서 떨어지는 간판을 바라보는데, 마치 내 분신 하나를 바다 깊은 곳으로 떠나보내는 기분이었죠. 온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서러움과 쓸쓸함이 몰려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목놓아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7천만 원, 3년 반, 0원

7천만 원, 3년 반, 0원

폐업 후 남은 7천만 원,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저에겐 인생 전체를 눌러버리는 바위 같은 금액이었어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숫자가 눈앞을 막아섰고, 매달 날짜 다가올 때마다 통장 잔고 압박에 숨이 막혔어요. 이러다 정말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매일 밤 찾아와 가슴을 짓눌렀죠.

하지만 가만히 앉아 무너질 수는 없었어요. 3년 반 동안 낮일에 야간 알바 배달까지 자는 시간 빼고 몸을 굴렸어요.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끌고 새벽 길거리를 달리면서도 그저 참아냈습니다. 그 시절엔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잔고가 줄어드는 걸 확인하는 게 제 유일한 위안이자 삶의 목표였던 시절이었어요. 숫자 하나하나 줄어드는 게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억척같이 버틴 끝에, 마지막 입금 버튼 누르고 0원 찍혔을 때 슬퍼서가 아니라 진짜 출발선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 때문에 울었어요. 길거리 한복판에서 엉엉 울면서, 비로소 몇 년 만에 참아왔던 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긴 터널을 드디어 빠져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시 살아갈 힘이 생겨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