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봤는데 소리 내서 웃어버렸다. 도미노가 등장하는 탈출 장면, 총알이 어이없게 빗나가고 위기 상황마다 우연히 딱 맞아떨어지는 그 말도 안 되는 타이밍이 반복될 때였다. 극장 안이 조용했으면 좀 민망했을 텐데, 다행히 다른 관객들도 여기저기서 같이 웃는 소리가 들려서 덜 민망했다.
1편을 보고 기대치가 워낙 높아진 상태로 봐서 그런지, 초반엔 "1편만큼 신선할까" 하는 의심을 좀 갖고 들어갔다. 그런데 케이블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도미노의 '운' 능력을 코미디로 풀어내는 방식이 예상외로 신선했다. 웃음의 총량만 따지면 오히려 2편이 1편보다 더 웃겼다. 다만 그만큼 케이블의 진지한 서사를 섞으려는 시도도 있었고, 그 온도차가 살짝 아쉬운 지점으로 남았다. 이 글에서는 그 웃음의 밀도와 함께 아쉬웠던 온도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데드풀2 관람, 혼자보다 소리 내서 웃어버림
이번엔 혼자 봤다. 그래서 조용히 웃음을 참으면서 볼 생각이었는데, 도미노가 등장하는 탈출 장면에서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서 웃어버렸다. 총알이 어이없게 빗나가고, 위기 상황마다 우연히 딱 맞아떨어지는 게 반복되는데 그 말도 안 되는 타이밍이 계속 웃겼다. 능력 자체를 이렇게 코미디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게 신선했고, 웃음을 참으려던 노력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다.
극장 안이 조용했으면 좀 민망했을 텐데, 다행히 다른 관객들도 여기저기서 같이 웃는 소리가 들려서 덜 민망했다. 혼자 왔다고 해서 그 웃음이 외로운 반응이 아니었던 셈이다. 오히려 그 순간만큼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은 타이밍에 같은 장면을 보고 웃는다는 게 묘하게 유대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이게 순전히 내가 코미디 영화 볼 때 잘 웃는 편이라 그런 건지, 영화 자체가 진짜 잘 만들어서 그런 건지 구분이 잘 안 될 정도였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원래도 잘 웃는 편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데드풀2는 확실히 웃긴 영화였다. 타이밍 좋은 개그가 계속 쌓이니까 한번 웃음이 터지면 다음 장면에서 또 터지고, 그렇게 연쇄적으로 웃게 만드는 구성이었다.
순수하게 웃음 빈도로만 따지면 1편보다 2편이 더 웃겼다고 느꼈다. 도미노 같은 새 캐릭터들 덕분에 개그 소재 자체가 더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1편이 줬던 "이런 히어로 영화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까지는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웃긴 정도로만 보면 2편이 한 수 위였다. 혼자 극장에 앉아서 이렇게까지 소리 내서 웃을 줄은 몰랐는데, 그게 이 영화가 얼마나 웃긴지를 스스로 증명한 순간이었다.
데드풀2 웃음 총량, 1편보다 많은데 임팩트는 1편
1편과 2편을 비교하면서 가장 먼저 정리하게 되는 지점은, 웃음의 총량은 2편이 더 많은데 임팩트는 1편이 더 컸다는 것이다. 언뜻 모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보면 둘 다 맞는 얘기다.
순수하게 웃음 빈도로만 따지면 2편이 확실히 앞섰다. 도미노라는 캐릭터가 합류하면서 개그 소재 자체가 훨씬 다양해졌다. '운'이라는 능력 자체가 웃기면서도 진짜 강력하게 작동하는 방식으로 그려졌고, 탈출 장면에서처럼 우연이 겹치는 시퀀스는 계속 예측 불가능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새로 합류하는 다른 캐릭터들까지 더해지면서, 1편 하나의 캐릭터가 이끌던 개그 밀도보다 훨씬 다채로운 방식으로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1편은 "이런 히어로 영화도 있구나" 하는 충격 자체가 워낙 컸다. 4차원의 벽을 깨고, 히어로 영화의 클리셰를 대놓고 조롱하고, 크레딧부터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그 뻔뻔함이 관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줬다. 반면 2편은 이미 그 공식을 관객이 알고 들어가는 상태이기 때문에, 놀라움보다는 익숙한 재미를 확장하는 느낌이 강했다. 똑같이 웃기지만, "이게 뭐지" 하는 충격은 확실히 덜했다.
그래서 결국 웃음의 총량은 2편, 임팩트는 1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영화냐고 물으면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순수하게 얼마나 많이 웃었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2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다만 처음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접했을 때의 그 신선한 충격은, 아무래도 1편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케이블 서사, 개그 텐션 사이에서 붕 뜬 느낌
데드풀2를 보면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지점은 케이블의 서사였다. 케이블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좋았다. 진지한 캐릭터를 데드풀 특유의 가벼운 텐션 안에 섞어놓으니 그 대비 자체는 은근히 재밌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진지함이 감정적으로 무게를 잡아야 하는 순간에 있었다. 케이블의 시간여행이나 가족 관련 이야기는 진지하게 다루려는 의도가 분명히 보였는데, 그 진지함이 개그 텐션 사이사이에서 살짝 붕 뜨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가장 심했던 순간은 케이블이 자기 아내와 딸을 잃은 사연을 회상하면서 감정적으로 무게를 잡는 장면이었다. 그 직전까지 데드풀이 계속 개그를 던지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톤이 완전히 바뀌는 게 느껴졌다. 슬픈 장면인데도 방금까지 웃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라, 온전히 몰입하기보다는 "어 갑자기 진지해졌네" 싶은 어색함이 살짝 있었다. 장면 자체가 나쁘게 만들어진 건 아니었지만, 타이밍상 붕 뜬 느낌은 분명 있었다.
이 온도차는 데드풀2를 안 본 사람들이 잘 모를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1편을 보고 "2편도 그냥 비슷하게 웃기겠지" 하고 기대하면, 중간중간 이렇게 톤이 바뀌는 순간에서 조금 당황할 수 있다. 순수 코미디로만 흘러가지 않고, 감정적인 무게도 함께 얹으려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그의 밀도는 오히려 1편보다 늘었는데, 동시에 서사적으로 묵직한 요소까지 넣으려다 보니 두 가지가 완벽하게 섞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게 영화를 크게 망치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코미디와 감동 사이를 오가는 그 전환이 조금 더 매끄러웠다면, 케이블이라는 캐릭터의 서사가 훨씬 진하게 다가왔을 거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던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균형점을 완벽하게 찾지는 못한 영화였다.
감정선 중요한 사람한테는 온도차 있다고 미리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그냥 웃음과 액션을 즐기러 가는 사람한테는 망설임 없이 추천하지만, 서사의 완결성이나 감정적 몰입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한테는 이 온도차를 미리 알려주고 싶다. 기대치를 코미디 쪽에 맞추고 보면 실망할 일은 거의 없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