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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2 리뷰, 아이는 마법 어른은 식민지배

 


여섯 살 딸과 나란히 앉아 겨울왕국2를 봤다. 1편이 워낙 유명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속편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엘사가 자기 정체성과 힘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생각보다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었다. "Into the Unknown"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옆에 앉은 딸도 완전히 화면에 빠져서 보고 있었다. 나중에 딸에게 복잡한 설정은 최대한 걷어내고 "엘사가 자기가 왜 이런 힘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궁금해서 답을 찾으러 떠나는 이야기야" 정도로만 설명해줬는데, 그 한마디에 딸이 저 말을 하며 스스로 납득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려운 세계관은 몰라도 캐릭터의 감정만큼은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어른인 나에게 더 예상 밖이었던 건 따로 있었다. 아렌델 왕국의 과거, 그러니까 부모님이 왜 그 여행을 떠났고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지 밝혀지는 부분이었다. 가족용 애니메이션치고는 다루는 주제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이 글에서는 아이 눈에 비친 이 영화와, 어른의 눈에 다르게 읽힌 이 영화 사이의 차이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겨울왕국2, 여섯 살 딸이 노래마다 눈 못 떼던 이유

극장에서 딸 옆에 앉아 영화를 보는데, 노래가 나올 때마다 딸의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다. 여섯 살이던 딸은 그때마다 눈을 못 떼고 화면에 집중했다. 특히 엘사가 힘을 발산하면서 부르는 장면들은 시각적으로도 화려해서, 아이 눈에는 그냥 마법처럼 보였을 것 같다. 색감과 움직임,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그 순간들이 어린아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옆에서 지켜보니 딸은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자세부터 달라졌다. 몸을 화면 쪽으로 살짝 기울이고, 평소라면 중간에 뭔가 물어보거나 딴짓을 할 법도 한데 그 구간만큼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그런데 나중에 딸한테 스토리에 대해 물어보니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왜 그런 사건들이 벌어지는지, 인과관계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정령들이 왜 등장하는지, 과거 왕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엘사가 왜 굳이 위험한 곳까지 가야 했는지 같은 복잡한 설정은 딸의 머릿속에 온전히 들어가지 않은 듯했다. 대신 딸은 예쁘고 신기한 장면들 위주로, 그러니까 물의 정령이 말처럼 뛰어다니던 모습이나 엘사 옷 색깔이 바뀌던 순간 같은 것들 위주로 영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 지점이 처음엔 살짝 의외였다. 1편보다 확실히 복잡해진 서사를 여섯 살 아이가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원래 그런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게 아닐까 싶었다. 복잡한 줄거리를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해도, 화면 가득한 색채와 노래, 캐릭터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스토리의 세부 사항은 놓쳐도, 그 순간의 감정과 볼거리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이미 완전한 하나의 경험이 되고 있었다. 어른이 인과관계를 따라가며 보는 영화를, 아이는 순간순간의 감각으로 통째로 흡수하며 보고 있었던 셈이다.

엘사가 왜 슬퍼 보였는지 설명 없이 통한 감정

영화를 보고 나서 딸이 궁금한 게 많았는지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복잡한 설정을 그대로 설명하기보다는 최대한 단순화해서 얘기해줬다. "엘사가 자기가 왜 이런 힘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궁금해서 답을 찾으러 떠나는 이야기야" 정도로 정리해서 말해줬던 것 같다. 정령들이나 과거 왕국 이야기 같은 디테일은 굳이 다 설명하지 않고, 엘사와 안나 자매 이야기 중심으로만 풀어줬다. 애니메이션 자체가 워낙 볼거리가 많아서, 스토리 디테일보다는 그냥 감정선 위주로 이해시켜주는 게 낫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딸이 "아 그래서 엘사가 슬퍼 보였구나" 하면서 나름 납득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반응이 특히 인상 깊었다. 정령이 뭔지, 노덜드라 부족이 왜 등장하는지, 아렌델 왕국의 과거에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같은 배경 설명은 하나도 안 해줬는데도, 딸은 엘사라는 캐릭터가 왜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감지하고 있었다. 복잡한 인과관계는 몰라도 캐릭터의 표정과 목소리 톤, 화면의 분위기만으로 감정을 정확히 읽어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고는 바로 "그럼 안나는 왜 계속 따라가?" 하고 물어봐서, 자매니까 걱정돼서 그런 거라고 답해줬던 게 기억난다. 신기했던 건 딸이 어려운 세계관보다 이런 관계나 감정 쪽 질문을 훨씬 더 많이 했다는 점이다. 정령의 능력이 뭔지, 아렌델의 역사가 어떻게 됐는지보다 "왜 슬퍼?", "왜 같이 가?" 같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걸 보면서 이 영화가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도 최소한 감정선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붙잡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는 복잡해도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감정만큼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아이는 마법 장면, 나는 식민지배 은유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예상 못 했던 건 아렌델 왕국의 과거, 그러니까 부모님이 왜 그 여행을 떠났고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지 밝혀지는 부분이었다. 1편에서는 그냥 배경 설정 정도로 스쳐 지나갔던 걸 2편에서 이렇게 진지하게 파고들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 비밀이 꽤 무거운 주제, 그러니까 식민지배나 자연 파괴 같은 걸 은유적으로 담고 있어서 "이거 애니메이션인데 이렇게까지 깊게 들어가나" 싶었다. 노덜드라 부족을 억압했던 과거를 아렌델 왕국이 저지른 잘못으로 그려내면서, 그걸 봉합하기 위해 엘사와 안나가 나서야 하는 구조로 짜여있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 "우리 조상이 잘못했다"는 걸 이렇게 정면으로 다루는 게 꽤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느꼈다.

그 장면이 나올 때 나도 모르게 딸의 눈치를 살짝 봤다. 지루해하지 않을까 싶어서 옆으로 슬쩍 시선을 돌렸는데, 다행히 화면에 계속 집중하고 있었다. 아마 그 무거운 맥락까지는 이해 못 했겠지만, 시각적으로 신비롭고 웅장하게 연출된 장면이라 그냥 볼거리로 봐도 충분히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나 혼자 "이거 애가 지루해할 수도 있겠다"고 괜히 걱정했던 셈인데, 오히려 그런 장면에서도 눈을 안 떼는 걸 보고 신기했다.

결국 같은 화면을 보면서도 아이와 어른은 완전히 다른 층위에서 그 장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딸은 예쁜 노래와 마법 같은 장면들로 이 영화를 기억할 것이고, 나는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은유를 곱씹게 됐다. 엘사가 그 과거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서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성도 잘 짜여있다고 느꼈다. 두 층위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딸이 크면서 계속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딸은 볼 때마다 노래나 화려한 장면 위주로 즐기겠지만, 나는 그때그때 조금씩 다른 디테일이 눈에 들어올 것 같다. 특히 아렌델 과거사 부분은 다시 볼 때마다 "아 이런 은유였구나" 하고 새롭게 읽히는 지점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도 계속 다른 재미를 주는 영화가 될 것 같다.